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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영화

‘하얼빈’과 안중근 영화의 흥행 실패 징크스

by 그리부이옳옳 2025. 2. 3.

안중근 의사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한국만의 자랑거리가 아닌, 중국, 북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죠. 하지만 이런 위대한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언제나 큰 흥행을 기록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안중근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사례가 많았고, 그 때문에 ‘안중근 영화의 흥행 실패 징크스’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봉한 ‘하얼빈’은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요?

 
하얼빈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평점
8.7 (2024.12.24 개봉)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하얼빈’의 실패, 그러나 안중근 의사 영화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안중근을 다룬 영화들, 흥행 실패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지금까지 6편에 달하지만,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1946년에 개봉된 <의사 안중근>은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논외로 치고, 1959년 개봉한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이 그나마 흥행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그다지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으며, 5위에 그쳤습니다.

그 후로는 계속해서 흥행 참패가 이어졌습니다. 1972년작 <의사 안중근>은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실패를 했고, 2004년작 <도마 안중근>은 흥행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작품성에서도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뮤지컬로 인기를 끌었던 <영웅>의 영화화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며 더욱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왜 안중근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을까?

이렇게 국민적인 영웅을 다룬 영화들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너무 익숙한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은 이미 모든 국민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영화로 새롭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안중근을 다룬 작품들이 대체로 애국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강하지만, 오히려 그런 접근이 관객들에게 진부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하얼빈’처럼 다소 개인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흥행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항일 무장 투쟁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카타르시스가 중요했지만, 긴 호흡무미건조한 전개는 대중성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던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얼빈’, 흥행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하얼빈’은 다른 안중근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현빈이라는 국민적인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감독 또한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로 검증된 우민호 감독이 맡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습니다. 특히, ‘하얼빈’은 개봉 전부터 2024년 극장 개봉 영화 중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개봉 첫날부터 54만 명을 동원하며 2020년대 비프랜차이즈 한국 영화 중 최고 예매 기록을 세웠고, 크리스마스 연휴와 맞물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천만영화인 <파묘>와 비슷한 일일 관객 수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얼빈’의 뒷심 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얼빈’은 시작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봉 2주 차부터 관객 수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70% 이상 감소한 예매 수는 상당히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점점 더 어려워 보였고, 5주 차부터는 기대작들이 쏟아지면서 더 이상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하얼빈’도 그 징크스를 깨지 못할까?

‘하얼빈’은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빈이라는 스타의 힘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라는 너무 익숙한 소재와 영화 내에서의 다소 비약적인 전개는 결국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영화가 결국 ‘명량’으로 성공한 사례처럼,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도 언젠가는 흥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중근 의사는 그 자체로 영웅적인 면모와 드라마틱한 삶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의 일대기는 누구나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영화의 전개가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하얼빈’이 그 징크스를 깨고 성공적인 흥행을 이루지 못했지만, 향후 또 다른 안중근 의사를 다룬 작품들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그때 비로소 이 흥행 실패의 벽을 넘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안중근 의사라는 국민적 영웅을 다룬 영화들이 항상 실패했던 이유와 그 원인에 대해 살펴본 이번 글은 ‘하얼빈’의 흥행 여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하얼빈’은 아쉽게도 기대에 못 미쳤지만, 안중근 의사 영화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량이순신 장군처럼, 언젠가는 안중근 의사도 역사적인 흥행작으로 재탄생할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