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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영화

<쇼잉 업> 리뷰: 창작과 일상이 빚어낸 예술적 진정성의 초상

by 그리부이옳옳 2025. 1. 8.
 
쇼잉 업
재능 있는 조각가인 리지는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가로서의 삶과 가족, 친구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쓴다. 리지는 사는 집의 주인이자 예술가 라이벌이기도 한 조와 사소한 사건들로 갈등을 겪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오빠 숀의 상태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전시 개막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리지는 과연 무사히 전시회를 열 수 있을까?
평점
7.0 (2025.01.08 개봉)
감독
켈리 라이카트
출연
미셀 윌리엄스, 홍 차우, 마리안 플런킷, 존 마가로, 안드레 3000, 제임스 르그로스, 주드 허쉬, 아만다 플러머, 맷 말로이, 헤더 로울리스

오늘은 켈리 라이카트(Kelly Reichardt) 감독의 신작 <쇼잉 업(Showing Up)>을 리뷰합니다. 이 영화는 "예술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함께 창작 과정에서의 희열과 고통, 그리고 예술가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갈등을 밀도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쇼잉 업>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예술적 창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섬세하게 탐구한 영화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예술과 삶의 경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그럼, 이 작품의 매력과 디테일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 예술가 리즈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

<쇼잉 업>의 주인공 리즈(Lizzy)는 한 조용한 아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조각가입니다. 리즈는 곧 열릴 개인 전시회를 준비 중이지만, 그녀의 창작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 그녀의 작업실은 온수기가 고장 나있고, 이웃 예술가이자 집주인인 **조안(Jo)**은 고쳐주겠다고 하면서도 속도를 내지 않습니다.
  • 가족 문제 역시 그녀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괴짜처럼 보이는 아티스트이고, 그녀의 형제는 독특하면서도 감당하기 힘든 행동을 보입니다.
  • 리즈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 속에서도 자신의 조각을 완성해 나가며, 전시회를 준비합니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 창작과 일상의 반복을 통해 예술가의 내면을 담아냅니다. 관객은 그녀의 작업 과정을 바라보며 예술적 영감이 단순한 천재성이나 감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일상의 투쟁 속에서 빚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연출: 켈리 라이카트 특유의 미니멀리즘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퍼스트 카우>, <웬디와 루시> 등에서 보여줬던 미니멀리즘적 연출로 유명합니다. 이번 작품 <쇼잉 업>에서도 그녀의 미니멀리즘은 돋보입니다.

  • 정적인 카메라와 느린 전개는 리즈의 조각 작업과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관찰하게 만듭니다.
  • 영화 속 공간들은 주인공의 삶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리즈의 스튜디오는 어수선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 갑니다. 이 공간은 마치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 특히, 라이카트는 예술적 과정의 소소한 디테일에 집중합니다. 리즈가 조각을 깎고, 그것을 실험적으로 조합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예술가의 창작이 단순히 결과물이 아닌 과정 그 자체임을 강렬히 전달합니다.

연기: 미셸 윌리엄스의 절제된 명연기

주인공 리즈를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는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리즈는 화려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예술가입니다. 윌리엄스는 이런 리즈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완벽히 표현했습니다.

리즈는 겉으로는 무덤덤해 보이지만, 내면은 창작과 현실 사이의 갈등으로 뒤엉켜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작은 표정 변화, 몸짓, 그리고 침묵 속에서 리즈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또한, 조안 역의 홍 차우(Hong Chau)는 리즈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영화에 활기를 더합니다. 조안은 리즈의 이웃이자 경쟁자이며, 동시에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료 예술가입니다. 두 캐릭터의 미묘한 갈등과 우정은 영화의 핵심적인 감정적 축을 형성합니다.


주제: 창작의 고통과 예술의 진정성

<쇼잉 업>은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문제들을 숨김없이 보여줍니다. 온수기가 고장 나고, 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친구와의 갈등 속에서도 리즈는 자신의 예술적 작업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예술적 성공이나 영감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 자체를 중심에 두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라이카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 예술은 단순히 결과물이 아닌, 예술가의 삶과 연결된 '과정'이다.
  • 창작은 외로운 작업이며, 종종 현실적인 제약과 갈등 속에서 빛을 발한다.
  • 예술은 때로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작자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단점: 느린 전개와 감정적 거리감

<쇼잉 업>은 철학적이고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전개가 느리고 극적인 사건이 많지 않아 일부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서사는 매우 일상적이어서 극적 갈등이나 클라이맥스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라이카트 감독의 의도적 선택입니다. 영화는 예술적 진정성과 삶의 사소한 디테일을 강조하며, 관객에게 "창작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느린 전개와 담담한 톤은 오히려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총평: 예술적 삶의 진실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

<쇼잉 업>은 화려한 서사나 눈길을 사로잡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는 대신, 예술적 삶의 본질과 창작의 과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창작이란 무엇인지, 예술가는 어떤 삶을 사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며, 단순한 오락 이상의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별점: ★★★★☆ (4.5/5)

추천 대상

  • 예술과 창작에 관심 있는 관객
  • 잔잔한 영화 속에서 깊은 메시지를 찾고 싶은 사람
  • 미니멀리즘적 연출을 선호하는 영화 팬

비추천 대상

  • 빠른 전개와 극적 서사를 기대하는 관객
  • 단순한 오락 영화를 찾는 사람

<쇼잉 업>은 예술적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조용히 담아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 속에서 '예술적 순간'을 찾도록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이번 주말, 조용히 창작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합니다. 🎨